구천
아침잠을 깨자 죽고 싶은 생각이 났다
높은 하늘로 날고 싶었는데
무거운 하늘은 천근처럼 다가왔다
삶은 그렇게 쉽게 호락거리지도 않고
구천(九天)을 나르거나
구천(九泉)에 파묻히나
그게 그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쉽게 하늘 날 날개 준비도 안 되었고
쉽게 묻힐 한 평의 땅도 준비하지 못했다
월륜천(越輪川)에서 시작한 공기놀이는
수상천(宿象天), 종동천(宗動天)에 계속되고
3층천 하늘도 구경 못하고
나잇살이나 먹으면서 구천(九泉)의 객 될 준비부터 한다.
천식으로 숨차서 헐떡일 때
나는 구천(久喘)을 헤맨다
피를 토하듯 섞여 나오는 바튼 기침 소리에
잠도 깨고 꿈도 깬다
여러 겹이라 생각했던 세상이
단순한 감으로 마감하려 할 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음을 인해
오늘도 나는 날 수 있는 날개를 다듬고 있다
사족
아침에 일어나서 옛날 쓴 시를 보니 오늘 내 형편과 너무도 닮았다
안식일에 교회 다녀와서 이리저리 지나고 일요일 쉬고 나면
한 주일 다 간 기분이다
아무리 안식일 7일 주기로 산다지만
월요일 아침 되면 벌써 한 주일 다 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는 것 아무리 즐겨도 허무하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고 입으로는 떠들지만
보좌 앞에 앉은 24장로를 생각하면 불쌍해진다
이들에게 무슨 자유의지가 있는가?
24시간 여호와는 거룩하다고 같은 주문만 외치고 있는 그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 같으면 구원 안 받았으면 안 받았지 그러고는 못 살 것 같다
여기 딱 맞는 사람 하나 구했는데 바로 속죄제단님이다
이름도 딱이다 거기서 24시간 365일 아니 365,000일-1000년간-을
그러라고 해도 감지덕지할 분이다
자유의지가 있는 나는 그러고는 못 산다
차라리 일년에 한 번씩 똥통에서 숨 쉬려고 얼굴 내미는 지옥이라도
거기가 낫겠다라고 생각하니
참 착잡해 졌다
구원은 영원한 자유이다
인간의 속박스러운 환경에서 벗어나서 무한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이다
기독교는 그런 구원을 이 땅에서 연습하는 중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서조차도 속박을 주무기로 삼고 사람들 영혼을 노린다
자유 그 자유를 누리려고 여기에 서 있다
종교라는 것 자체가 바로 이 자유를 주시려 오신 예수를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여기서 배운 자유를 영원히 누릴 그곳을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게 바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한 80년 살았더니 즐거움 가운데서도 죽음을 맛본다
종종 이대로 죽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다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하루 10시간을 걸어도 사람 만나는 일이 없을 때 종종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죽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여긴다
거기 가면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곳 널렸다
발 한 번 실수하면 천 길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유혹을 참는 것은 인간 세상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영원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하신다는 예수를 생각해서이다
그래서 나는 내 영원을 맞길 교단을 찾으러 다니지 않는다
내가 믿는 이 믿음을 하늘에 맞게 유지 시키려 기도한다
죽음이라는 다가오는 음습한 결과를 자유라는 단어로 바꾸고자
오늘도 오직 예수를 믿는다
남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결정한다
그런 의미로 내 인생에서 내가 신학을 전공한 게 최고의 행복이다
남에게 내 영원을 휘둘리지 않게 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