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12.01 01:11

한국, 왜 우경화하나?

조회 수 1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늘 느끼지만, 역시 박노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한국, 왜 우경화하나?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나는 요즘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보게 된다. 내가 잘 아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회주의’가 한창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18~24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지지율은 50~55% 정도로, ‘자본주의’ 지지를 앞지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노르웨이 같은 사민주의적 국가 정도를 의미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의 아성이었던 미국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사민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노르웨이에서는 급진 좌파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금 오슬로대학교 같으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학생들이 급진 사회주의 정당인 적색당이나 사회주의좌파당을 지지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주시하는 외국이라면 독일일 텐데,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는 최근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20만여채를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과반이 이에 찬성했다. ‘몰수’와 ‘공유화’는 다시 인기 있는 표어가 되어가는 추세다. 권위주의 정권인 러시아에서도 지금 독재의 대항마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세력은 바로 최근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린 연방공산당이다. 내가 아는 어느 사회를 둘러보아도, 팬데믹과 경제, 환경 위기 속에서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 같다.

 

두개의 예외를 이야기하자면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는 4년 전에 촛불항쟁으로 물러난 강경 보수 세력들이 부활하여 대선 정국의 ‘강자’로 부상했다. 구미권으로 가면 갈수록 ‘희망’을 의미하게 된 ‘사회주의’는 이들 세력에게는 욕 중의 욕이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보면 중도의 사회적 자유주의 정도로 규정될 수 있는 현 집권 세력을 공격할 때에도 늘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식의 비난을 퍼붓는다. 정작 ‘사회주의’로 불릴 만한 그 어떤 정책도 지난 4년 동안 전혀 시행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강경 보수의 ‘힘’이 과시되는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극우의 행동대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망동도 종종 벌인다. 몇주 전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집회에 ‘자유연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극우 단체 회원들이 나타나서 “위안부 강제 동원은 거짓말”과 같은 표어를 들고 일장기를 흔드는 광경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면서 믿을까 말까 한 적이 있었다. 몇년 전만 해도 극우들이 일장기를 들고나와서 피해자들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모독하지는 못했을 터인데, 이제 이런 공개적 행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이 사회의 제재력이 약해진 것이다. 일장기를 흔들면서 전쟁 피해자들을 모욕해도 이 망동을 막을 만한 시민들의 ‘공분’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구미의 다수 국가에서 급진 좌파의 인기가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오르는 이유들은 쉽게 이해된다. 첫째, 기후위기와 같은 지구적 재앙들을 이윤추구 시스템을 통해선 해결할 수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십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가면 갈수록 젊은 세대로 하여금 안정된 직장이나 내 집을 마련하여 가정을 이룰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균적인 영미권 20대는 플랫폼 노동을 하거나 불안한 직장에 다니며 계속 비싸지는 주택 임대료를 내고 대출받은 학자금을 상환하느라고 거의 저축을 할 수 없는 ‘현대판 무산자’다. 재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자원의 공유를 지지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은가? 셋째, 역사적 기억들은 좌파 부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구미에서는 1950~60년대에 재분배 정책의 대대적인 실시와 함께 대중의 삶이 크게 좋아진 경험이 있으며, 역사 교육이나 언론 등은 이 경험에 대한 집단 기억을 유지시키고 있다. 사민주의자들의 장기 집권을 경험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급진 좌파가 집권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서 다수의 삶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러시아에서의 괄목할 만한 좌파의 부활 역시, 모두가 안정된 직장을 영위했으며 국가로부터 무료로 주택을 배분받을 수 있었던 소련 시절에 대한 기억에 기대는 편이다.

 

한국의 상황은 이와 꽤나 다르다. 첫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애써 외면한다.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미래 걱정’ 자체는 ‘사치’로 보일 수 있다. 현 정권의 그린뉴딜은 결국 탈성장이 아닌, 단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 집약적 성장인데, 이처럼 전혀 급진적이지 않은 기후 정책에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은 그다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둘째, 젊은이들의 박탈감은 구미권보다 한국에서 더 심한데, 문제는 박탈이라는 상황을 언론 등 여론 주도세력이 어떻게 포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20대의 자가 주택 보유율을 보면 한국은 24%에 그친다. 반면 미국 20대는 34%나 자신이 사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20대 근로자들 중에 무려 40%가 비정규직인 데 비해, 노르웨이의 경우는 15~24살 근로자의 27%, 그리고 24~29살 근로자의 15%만이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유럽과 달리 경영 참여도 못 하는 노조는 과연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물음들은, 이미 보수적 여론 주도세력의 프레이밍에 익숙해진 많은 이들에게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셋째, 이미 유권자들을 많이 실망시킨,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현 정권보다 더 급진적인 정치세력들은 구미권과 달리 한국에선 집권한 적이 없다. 그들은 승리의 기억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쉽게도 한국인의 표심은 강경 보수 대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진자처럼 왔다 갔다 하곤 한다. 강경 보수의 적폐에 대한 분노가 쌓이면 자유주의 세력들을 택하고,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해 부동산과 불안 노동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다시 강경 보수의 인기가 오른다. 이 폐쇄회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1439.html#csidx3a19c5fe4bbf2ccba72988fbe1ce37f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4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8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4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10
1672 10세 소녀때 Jackie Evancho의 넬라판타지아, 9세 소녀 Amira Willighagen의 O mio babbino caro 1 눈장 2017.07.27 4715
1671 COVID-19에 관한 음모론적 글 금지합니다. 김원일 2020.05.19 3189
1670 생애의 빛 강병국 목사님이 돌아가셨다네요. 10 안개 2016.11.21 3166
1669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4 God's Phallus: And Other Problems for Men and Monotheism (하나님의 성기: 그리고 남성과 유일신론의 또 다른 문제점들) 김원일 2021.02.20 3052
1668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5 James Barr "The Garden of Eden and the Hope of Immortality"(에덴동산과 영생의 희망) 김원일 2021.02.20 1322
1667 조사심판 4 못난쟁이 2021.11.25 1280
1666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4 file 김균 2018.08.09 1259
1665 내가 왜 제칠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인으로 남아 있는가? 13 file 김균 2016.11.27 1038
1664 여기가 기독교 사이트 맞냐고 묻는 그대에게 5 김원일 2016.09.04 974
1663 최재영목사의 김일성과 안식교 1 지경야인 2018.02.26 973
1662 재림마을 어플과 새 찬미가 3 file 김균 2018.02.11 970
1661 간단한 HTML소스 배워보기 3 백향목 2016.09.24 875
1660 내가 속한 교단이 이 정도뿐이었다니 한심하다 못해 두심하다 11 김균 2018.10.22 854
1659 김균 장로님 가정 선교 100주년 기념 예배 (1916-2016년) 1 천성교회 2017.02.19 839
1658 박근혜의 4월 전쟁설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ㅡ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 기도할 때입니다. 2 눈뜬장님 2016.11.12 825
1657 자유 게시판 이니까 1 화잇포로 2016.10.29 797
1656 계란 후라이 맛있게 만드는 법 2 file 김균 2017.10.18 796
1655 [ 100℃ 인터뷰 ] “북한 수재민 돕는 건 민족 자존심 문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10.10 796
1654 하나님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고소를 한다는 일 2 김균 2017.01.13 795
1653 스탈린의 명언 <투표는 인민이 하지만 개표는 권력자가 한다. 투표하는 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개표하는 자가 모든것을 결정한다> 눈뜬장님 2016.11.11 777
1652 막장 살아가는 우리들 3 file 김균 2017.04.06 761
1651 엘렌 화잇의 표절에 대한 대총회 연구-Rilke 4 김균 2017.09.29 755
1650 왜 화잇은 레위기 11장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53 file 김균 2017.04.07 741
1649 3월 1일부로 이 누리의 이름을 바꾸려 합니다. 23 김원일 2017.02.02 725
1648 Rilke, 접장님, 그리고 나 (접장님 독사진하나 추가***) 38 file 김주영 2016.09.18 705
1647 재림교회 현직장로 사형확정 3 들꽃 2019.05.16 697
1646 박진하 님의 "이상구..." 글을 삭제한 이유 김원일 2018.10.22 695
1645 박진하 님의 아이피를 차단한다. (댓글, 덧글, 엮인 글 등을 쓰고 싶은 누리꾼은 이 글 내용을 먼저 읽기) 6 김원일 2016.09.27 681
1644 처녀 죽다 2 김균 2016.11.16 670
1643 그래 내가 뭐라 합디까? 교리에 목매지 말라고 안 하던가요? 2 file 김균 2018.11.29 659
1642 엘리사의 기도와 오병이어의 기적 9 아기자기 2017.02.16 657
1641 세월호 잃어버린 대통령의 7시간 그시각 청와대 안에선 최태민 천도제? 2 file 천도제 2016.10.30 654
1640 난 뉴스타트 안 한다 6 file 김균 2019.01.01 637
1639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내가 역사를 쓰려고 하는 한, 역사는 나에게 호의적일 것이다."라고 말한 2천만 명을 학살한 위대한 전쟁광 윈스턴 처칠의 진실...히틀러의 육백만 유태인 학살은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으면서 처칠의 만행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승자세력의 힘이다. 4 눈뜬장님 2016.11.05 636
1638 GMO 식품 7 knl 2017.10.10 629
1637 모든 것이 은혜였소 1 file 다알리아 2022.08.17 622
1636 인삼과 산삼의 차이 8 장 도경 2016.09.06 613
1635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균 2018.01.25 605
1634 요즘 내가 왜 이리 됐을까? 1 김균 2022.04.30 599
1633 이상구의사는 왜 성경을 안믿으시나요?--김원일이 삭제했음. 1 예언 2018.11.03 589
1632 정규재 주필 “연평해전 DJ 축구 관람” 발언 명백한 거짓말 논란 2017.01.08 584
1631 안내의 말씀 2 안내문 2017.10.18 580
1630 언제나 시작하는 또 다른 말세와 조사심판 1 file 김균 2017.01.23 573
1629 반상순 장로님! 2 비단물결 2017.09.28 571
1628 1980년 재림교단 총회에서 무엇을 조사했을까요. 2 옆집사람 2017.09.29 565
1627 민초를 다시 생각한다 2 김주영 2018.01.20 553
1626 상식 하나=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4 file 김균 2018.07.30 547
1625 요즘 3 김균 2021.04.28 546
1624 minchotheo 9 반상순 2017.02.09 544
1623 요즈음 그리고 오늘 10 file 김균 2017.02.14 541
1622 삼육대학 심포지엄 비판 8 개혁 2017.01.13 537
1621 바울 똥 에서 민초1, 끄집어 내기 20 박성술. 2016.09.05 535
1620 조사심판 그리고 재림 전 심판 2 김균 2019.03.08 533
1619 호남합회 임원교체이유 1 예언 2017.03.07 531
1618 소설가 김진명 "박근혜 대통령, 장관의 대면보고 안 받는 정신병자" 기도 2016.11.17 530
1617 집안이 콤콤한 냄새로 진동을 한다. 24 file soeelee 2016.09.25 527
1616 독일 안식교 연합회장들과 한국 안식교 연합회장 1 김원일 2017.10.28 525
1615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3 file 김균 2016.11.25 525
1614 이박사,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10 김주영 2016.12.23 523
1613 제 22회 미주 재림 연수회 (동부) file 새벽별 2017.07.09 521
1612 삶의 고통 18 김균 2016.09.27 521
1611 오늘(미국시간 2월 1일)부터 설명 없이 삭제되는 글들은 대부분 그 이유가 이러합니다. (2.1 성명^^) 18 김원일 2017.02.02 516
1610 밤새 안녕들 하십니까? 7 김주영 2017.12.17 514
1609 "내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고 영혼이 참 맑다" 영혼이 맑아서 참 좋았겠다 2 김균 2017.02.04 514
1608 동중한합회 임시총회는 왜 했는지 궁금합니다....궁금하세요?? 그게 이렇지요. 1 한심한목사들하구는 2017.01.09 511
1607 화잇 일병 구하기 11 김균 2017.03.26 505
1606 안식교를 떠나거나 아니면 적어도 잠시 좀 멀리 벗어나보고 싶은 그대에게--수정 (조회수 22 이후) 김원일 2017.10.24 504
1605 우리들의 세계 9 file 김주영 2017.01.26 501
1604 찌 이야기 2 file 김균 2018.06.13 500
1603 선한 능력으로 1 무실 2020.06.19 498
1602 화잇 여사의 비서 Fanny Bolton의 양심선언 2 옆집사람 2017.09.29 495
1601 이 목사의 설교 4 김주영 2017.02.04 494
1600 한국인 고문하는 법 1 file 김균 2017.07.04 492
1599 오늘도 감사 2 file 다알리아 2023.05.05 487
1598 김운혁 님, 기본 예의 좀 지켜주세요. 2 김원일 2019.05.12 48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