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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길

 

 

Mother2.jpg

 

 

 

어머님은 1919년3월 27일 삼일운동 격동기에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 나셨습니다.

부친 이성수 장로님과 모친 정성화씨 그리고 오빠 되시는 전 위생생병원 원장 이근화 목사님과

위생병원 간호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이근실 간호원을 동생으로 두셨습니다.

 

부친 이성수 장로님은 청년시절 매일 아침 감리교회 새벽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치기 집사이셨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울리던 새벽 종소리가 어느날 갑자기 울리지 않았습니다.

종치기가 그 전날 밤 동네에서 열린 한때 두때 반 때의 예언전도회에 참석하고는

안식일교회 진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이렇게 재림신앙을 가진 가정에서 태어나신 어머님은 평안남도 순안 의명학교를 졸업하시고 

서울로 가셔서 위생병원 간호학교를 수료하시게 됩니다.

 

위생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하시면서 일본 선교사로 갈 준비를 하고 계실 즈음

한 청년이 나타나 구애를 합니다.

 

저희 어머님은 미인이셨습니다.

제가 봐도 그런 데, 저의 아버님 보시기에는 어떠하였겠습니까?

 

부친 이성수 장로님은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같이 하지 마라”

절대 반대 였습니다.

청년은 계속 구애를 해 옵니다.

“절대 안된다”

 

하루는 청년이 침례를 받고 나타났습니다.

“나도 안식일교인이 되었으니 이제는 결혼을 합시다”

어머님이 자주하시던 말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어머님은 멀리 함경북도 길주로 시집을 갑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무역이 함경북도 청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중국, 일본, 소련 그리고 한국 네나라가 서로 맞대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무역이 성행 할 수 밖에 없는 곳이 였습니다.

청진에서 무역으로 크게 자수성가하신 저희 아버님 육금산은

청진에서 가까운 길주에 식솔을 거느리고 계셨습니다.

 

저의 나이 네살 정도 되었을 때라고 생각 합니다.

늘 아침을 물리시고는 마루에 앉으셔서 성경을 읽으시 던

어머님이 갑자기 격한 감정으로 우시던 것을 기억하고

성년이 된 다음 그 당시를 회상하고 어머님께 물었더니

“너의 아버지가 성경에서 한 쪽면이 인쇄되지 않은 

하얀 부분을 찢어 손 담배를 만들어 피웠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성경같이 얇은 종이는 구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생명의 말씀을

어머님은 읽으셔서 잡수시고,

아버님은 말아서 잡수셨던 것 같습니다(^^).

 

위의 형님은 그 당시 거의 일곱살이 되어 곧 학교에 들어 갈 적령기가 다 되었습니다.

자녀들의 교회학교 입학을 위해 아버님께 남쪽으로 이사가야 된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님은

이 사건 후로 작전기도에 돌입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1950년 6월 25일 육이오 전쟁이 발발 합니다.

아버님은 많은 친 인척 식솔들과 사업체로 인해 피난을 하지 못 합니다.

세상이 공산주의로 바뀌면서 위 아래가 뒤집어지는 소용들이 속에서

동네 경찰서가 불에 타버리는 사건이 터집니다. 

그 주모자로 아버님이 잡히게 되어 죽음과 같은 고통의 고문을 받게 됩니다.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버님은 트럭 한 대를 보내시면서

식구들의 피난을 독촉합니다.

 

아버지를 감옥에 두고 어머니와 그 때 세자녀와 친척 몇분들 과 피난길에 나섭니다.

트럭을 타고 또 먼길을 걸어 걸어서 1950년 12월 22일 흥남부두에 도착합니다.

십만의 미, 한국군과 구 만의 민간이 뒤섞여 마지막 철수 작전이 이루어 지는 현장이였습니다.

 

연약한 여인의 운명이 이미 결정이 나 버린 순간,

어머님은 늘 찾던 하나님을 찾습니다.

 

철조망을 붙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 드립니다.

기도가 끝날 즈음 잘 생긴 한 헌병이 나타나서 “나를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 헌병의 안내로 우리 식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SS Merit Victory 상선을 타게 됩니다.

 

이 배는 정원이 딱 육십 명 뿐 입니다.

그 외는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 임무를 띄고 전쟁에 차출 된 상선입니다.

그 배에는 의사이면서 신실한 교회 장로인 현봉학 통역장교의 간청으로

모든 군수 물자를 부두에 버리고 민간인 일만 사천명을 태우게 됩니다.

 

이 배에 우리 식구들이 타게 된 것입니다. 

 

흥남 부두를 떠나 항해가 시작한 후 어머니는 그 헌병을 찾아 배를 다 뒤졌지만 찾지를 못합니다.

어머니는 “그 분은 천사였다”라고 저희들에게 말씀하시 곤 했습니다.

 

피난생활은 찌들어지게 가난했습니다.

공부를 좀 하고 나니 조선의 유명한 서예가며 화가인 추사 김정희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저의 길주 고향집에 아버님이 추사 김정희 글과 그림 병풍을 많이 소장하였다는 말을 들었는 데

그 거 몇장 만 가지고 피난 왔어도 우리는 이 가난을 좀 면했을 거”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면

어머님은 “나는 그런 것 다 관심이 없었다.” 라고 하시곤 했습니다.

 

그 분의 관심은 오직 자녀들을 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 하는 것

“교회학교” 보내는 것이 전부 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 사 형제는 모두 어머님이 그렇게 부르짖던 교회학교

일반사회가 알아주지도 않는 삼육학교를 다 졸업하게 됩니다.

 

지금 저의 고향 길주는 세상이 다 아는 지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여섯번의 핵실험으로 땅은 황폐되어 가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항문이 없는 어린아이가 태어 난다는 끔직한 소문도 들립니다.

 

혹자는 “그래, 그 지옥에서 너희들 만 쏙 빠져 나와서 행복하냐?” 라고 하 실 분도 있을 것 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머님의 끊임없는 하나님을 향한 선택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저희 식구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 하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 앞에서도

소망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믿음의 소유자들이 되었다는

이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의 기도로 말입니다.

 

또 이렇게 험악스럽게 기도의 응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입니다.

 

그 후 저희 아버님은 감옥에서 탈출하시고 걸어 걸어서 남한으로 피난 하셨습니다.

물론 재 침례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심한 감옥 생활로 얻은 지병으로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은 지난 98세로 10월31일 주님의 품안에서 잠드셨습니다.

저희 어머님과 같이 일하시고 또 사랑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자 칫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질 뻔한 “여자의 길” 을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기가 막힌 웅덩이에서 오늘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

 

아울러 이번 저의 어머님의 장례식에 주중 빠쁜시간과 먼길 마다 하시고

참석하여 저희 식구들을 위로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교회, 남가주 합회, 남가주 장로회 그리고 여러분들이 화환을 보내주시어

슬픈 장소를 아름다음으로 장식하여 위로하여 주신분들께도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이곳에서 감사를 드립니다.

 

 

   장남  육정박/박화경

   차남  육일박/김흥숙

   장녀  육혜숙/박광우

   차녀  육혜경/송서운

 

   가족 드림

 

   2017년 11월 19일

 

 

 

 

 

  • ?
    육일박 2017.11.22 18:11
    김 교수님,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나도 이제 자기를 낳아 준 어미를 땅에 묻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까지는 별로 죄인의식이 없었는 데...

    이 사이트 등록한번 하기 까다롭네요.
    이제야 올리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 ?
    김원일 2017.11.22 22:32

    성아야, 니 머라카노?
    와 존댓말 쓰노, 넘사시럽끄러.

    그라고 여개 지나개나 다 들어오는데 머시 디다카노.


    성아야, 니 상기도 쭈굴시고 앉아 우나.
    하모, 어매 가모 그 눈물 핑상 안 마른다카이.

    내 그잖아도 머 하나 보낼라캤더마 성아 니 주소가 상기도 맞는지 모리 이라고 안 있나.

    성아야, 우리 어매들 다 간다.
    우야겠노.
    마, 냉중에 단디 어바주모 안 되긌나.

    성아야...

  • ?
    코스모스 2017.11.27 16:02

    오래 전 한국에서 뵙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의 모친이 생각 납니다.
    올려주신 글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주님 오시는 날
    환희의 재회를 생각하며
    위로함 있기를 바랍니다.

     

    시카고에서

  • ?
    육일박 2017.11.28 04:30
    코스모스 님,

    저의 어머님을 잘 아시는 분이 시군요.
    이렇게 기억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세도 많으실 듯 한 데,
    추운 계절에
    부디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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