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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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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10년 7월9일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정부 최대 스캔들로 꼽히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특수조직이었다. 검찰은 수사의뢰를 받은 지 나흘 만에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총리실 직원들의 이레이징(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파일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과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불법사찰 자료는 이미 사라졌다. ‘뒷북’ 압수수색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면서 두 달 동안 수사하고도 청와대 주변부만 맴돌았다. 결국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 사건에 관여한 일부 직원들만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인규 지원관, 진경락 과장, 장진수 주무관 등 총리실 직원들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주범으로 처벌됐지만, 국민적 관심사였던 청와대 비선라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개인일탈로 사건이 치부됐다. 청와대 앞에만 가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의 모습을 재확인한 게 유일한 성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로 가는 길이 잠시 막혔지만 입막음과 증거인멸로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장진수 주무관은 2012년 3월 청와대 인사들이 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행정관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개입한 사실을 감추고 자신을 회유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69개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생생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려 석 달 동안 재수사에 나섰다.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검찰의 1차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도 확인됐다. 총리실 소속의 진경락 과장은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이 지시한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2년 동안 청와대를 83회나 출입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파괴력을 인식했는지 2011년 초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진경락 과장은 면회를 온 지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이번 사건이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총대를 맸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진상을 폭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민되는 게 ‘대통령 하야’ 이런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기괴한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공통점이 많다. 청와대가 사건의 주무대였고 치명적인 녹음파일이 등장한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됐고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이 일시에 무너졌다. 청와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검찰의 모습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은 불법사찰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담함이 숨어있다. 불법사찰 사건이 공식 보고라인을 무시하고 별도 조직을 통한 공권력 남용 범죄였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머리 꼭대기에서 국정에 개입해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민주주의 파괴범죄다. 불법사찰 사건이 대통령 주변 일부 공무원들의 충성 범죄였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민간인이 청와대를 조종해 국정을 좌지우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그리고 중요한 차이가 또 있다. 하야라는 ‘금기어’가 수감자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라, 평범한 민초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진지한 고해성사다. 검찰도 청와대와 선 긋기를 선언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모두 ‘잠재적 장진수’일 수 있다. 진실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가 있을 뿐이다. 위정자들은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년 전 장진수 주무관과의 인터뷰 때 그가 남긴 말이 지금 생각난 것은 우연일까.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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