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 목사님의 『시국(時局) 기도회』 산꼭대기로 올라갑시다 (천수답의 일요칼럼)

by 목사 posted Nov 06, 2016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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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목사님의
『시국(時局) 기도회』 산꼭대기로 올라갑시다 (천수답의 일요칼럼)

출 17:8-16

 

지금 우리나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황사로 뒤덮여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정 난맥과 혼란에 대한 시국 선언과 저항이 봇물 터지듯 계속되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있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 이 난국을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없는, 참으로 엄중하고 두려운 현실입니다. 

 

이때에 하나님의 백성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기도하는 일입니다. 에스더처럼 기도하는 일이고, 다니엘처럼 기도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가장 효과적인 일이 기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도의 영을 부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기도를 가르쳐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시편 46편 10절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찌어다.” 문득 저는 이 말씀이야말로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한 우리나라에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너나없이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온갖 소문과 유언비어가 공기 중의 먼지처럼 떠돌아다니고 있고, 그 작은 것을 잡은 사람은 더 큰 소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금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비난하고, 성토하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하기 때문이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때에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없고 모자란 사람 취급 받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지금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가서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가만히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서 침묵하면서 하나님께 말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참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기로 선택합시다. 우리가 보태지 않아도 세상에 소리는 차고 넘칩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은 잘못을 눈감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른 척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말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출애굽기 17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말렉과의 싸움은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맞닥뜨린 첫 번째 전투입니다. 이전까지는 배고프고 목마른 것이 그들이 직면한 문제의 전부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노예 살이 하면서 수없이 경험했던 것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참고 견딜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말렉과의 전투는 처음 경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참고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에 해결하지 않으면 몰살하는, 엄중하고 긴박한 상황입니다. 

 

이 때 모세가 한 선택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것과 같은 난국에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모세는 여호수아로 하여금 군대를 조직해서 아말렉과 싸우게 하고, 자신은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매우 어리석게 보이는 결정입니다. 이스라엘 백성 중에 전쟁에 대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모세입니다. 거의 40년 동안 바로의 후계자로 훈련을 받은 모세는 애굽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였습니다. 그러므로 모세는 전략을 세우고 전투를 지휘할 자격을 가진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모세는 싸우러 나가지 않습니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여호수아에게 전투를 맡기고, 전쟁에 대한 전문가인 자신은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이렇게 한심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모세가 왜 그랬을까요? 싸움의 핵심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산꼭대기에서 드리는 기도가 전장에서의 전투보다 중요하고 우선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힘든 일을 피한 것이 아닙니다. 쉬운 곳을 찾아간 것도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일, 더 시급한 일,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산꼭대기로 올라간 것입니다. 

 

그 후에 기록된 전황을 보십시오. 모세가 기도할 때 여호수아의 군대가 상승세를 탔, 모세가 기도에 피곤했을 때 여호수아의 군대가 수세에 몰렸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모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이스라엘은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난국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은 무엇일까요? 나가서 싸우는 여호수아의 사명일까요, 산꼭대기로 올라간 모세의 사명일까요? 저는 산꼭대기로 올라간 모세의 사명이라고 확신합니다. 싸우는 일을 할 사람들은 많습니다. 평소에도 싸우는 분들인데 이런 때에는 얼마나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까? 안 싸우던 분들까지도 모두 싸우러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싸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광장에서 소리치는 사람들보다, SNS에서 외치는 사람들보다,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더 중요합니다. 그들에 의해 싸움의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런히 산꼭대기로 올라가 기도합시다.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말고, 하나님께 우리의 사정을 아룁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나라와 민족을 지켜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대통령에게 분별력과 겸손한 마음을 주셔서, 진정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는 지도자가 되도록 기도합시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버리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도록 기도합시다. 국민들이 분노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뜬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도록 기도합시다. 북한이 이 혼란을 틈타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국경을 지켜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조국의 안녕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기도합시다. 

 

요즘 자꾸만 부르게 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찬미가 519장입니다. 이 찬미의 노랫말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당시 스물 두 살이던 김활란 여사가 쓴 것입니다. 침몰하는 배와 같은 조국의 현실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캄캄한 밤 사나운 바람 불 때, 만경창파 망망한 바다에,
외로운 배 한 척이 떠나가니, 아, 위태하구나, 위태하구나.

미친바람 무섭게 불어치고, 그 놀란 물 큰 파도 일 때에,
저 뱃사공 어쩔 줄 몰라 하니, 아, 가련하구나, 가련하구나.

 

그러나 이 배는 침몰하지 않는데, 그 이유를 김활란 여사는 3절과 4절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절망 중에 그 사공 떨면서도, 한 줄기의 밝은 빛 보고서,
배 안에도 하나님 계심 믿고, 오, 기도 올린다, 기도 올린다.

아버지여 이 죄인 굽어 보사, 성낸 풍랑 잔잔케 하시고,
이 불쌍한 인생을 살리소서, 오, 우리 하나님, 우리 하나님.

 

하나님은 사공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찬미의 마지막 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진 바람 또 험한 큰 물결이, 제 아무리 성내어 덮쳐도,
전능의 손 그 노를 저으시니, 오, 맑은 바다라, 맑은 바다라.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거센 풍랑을 만나 흔들리는 이 엄중한 때에, 기도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가만히 있어 기도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됩시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도록, 하나님께서 우리 조국의 문제에 개입하셔서 해결해 주시도록, 그래서 속히 맑은 바다를 항해하는 날을 맞이하도록,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로 약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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