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 플래카드 내건 교회 '대안 교회' 꿈꾸는 순천하늘씨앗교회…이웃 종교 보듬고, 사회문제에 목소리
|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남 동부권에 위치한 순천은 기독교 복음화율이 30%에 이른다. 지역 인구가 약 30만 명인데 10만 명이 기독교인인 셈이다. 교회도 수백 개다. 이 중 장로교인 예장통합·예장합동 교단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지금은 덜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회가 '이단' 취급을 받을 만큼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국정 농단 사태로 시국이 어지러운 이때, 순천하늘씨앗교회(최성진 목사)가 '박근혜 퇴진'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사회문제에 목소리 내기 부담스러워하는 지역 교회들과 대조를 이뤘다.
순천순천하늘씨앗교회는 11년 전인 2005년 1월 순천에 터를 잡았다. 교회 분쟁을 겪다 나온 교인 10여 명이 세웠다. 하늘나라에 가는 게 목표가 아닌,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만드는 씨앗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인들은 인근 교회 협동목사로 있던 홍순관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출발은 여느 교회와 비슷했다. 초기에는 YMCA 평화학교 건물과 예식장을 빌려 예배했다. 사는 곳에서 거리도 멀고 이동도 잦았지만, 새 출발의 기쁨은 수고로움을 잊게 했다. 2년 후에는 순천고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홍 목사는 1년 만에 정년 은퇴했다. 미국에서 25년간 목회해 온 한성수 목사를 2대 담임으로 청빙했다. 구례에서 부인과 함께 은퇴를 준비 중이던 한 목사는 순천순천하늘씨앗교회에서 7년간 시무했다. 교인들은 한 목사와 함께하며 다양한 변화를 경험했다.
보수 교회가 지배하는 지역에서 한 목사는 평신도 중심의 '대안 교회'를 표방했다. "순천에 또 하나의 보수 교회를 세울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진보의 길이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크게 조직적인 대안과 신학적인 대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 △재정 투명성 △목사 역할 축소 △직분 해체 등 조직적 대안을 실현했다.
한성수 목사는 교회 분쟁을 경험한 교인들이 이미 기성 교회 조직에 대한 병폐와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목사는 부임 조건으로 장로·권사·집사 등 직분제를 없애 달라고 교인들에게 요청했다. 파격적인 제안에 순천하늘씨앗교회 교인들은 진지하게 토론했다. 교회에 다음과 같은 내규가 만들어졌다.
심지어 한성수 목사는 자신을 '목사'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교인들은 교회 안에서는 목사로 호칭하고, 밖에서는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다. 직분이 없는 교인들은 서로 별칭을 부른다. 해들판·운짱·청송·산풀·달림이·게바라·달빛·여왕·들바람·수선화… 별칭은 주보와 인터넷 카페에서도 사용한다.
예배를 마무리하는 '축도'도 없다. 한 목사는, 축도가 개신교 목사의 특권으로 악용된다고 생각했다. 교인들은 축도 대신 주보에 축도문을 함께 읽는 것으로 예배를 마친다.
목사 임기제도 도입했다. 2년마다 재신임을 물었는데, 최근에는 임기를 3년으로 바꾸었다. 헌금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기 위해 '십일조'도 없앴다. 안으로는 제도를 뜯어고쳐 나가는 한편 이웃 종교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강조했다.
순천하늘씨앗교회 교인들은 2007년 화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0년 석가탄신일 즈음에는 순천 송광사 앞에 '봉축 부처님 오신 날'이 적힌 축하 플래카드를 걸었다.
보수 기독교인이 봉은사에서 땅 밟기를 했을 당시, 교인 대표와 한 목사는 송광사에 찾아가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기독교인으로서 유감을 표명했다. 교류를 맺은 스님이 직접 교회를 찾기도 했다.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은 2012년 5월 순천하늘씨앗교회에서 '예수님을 깊이 생각합시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쏟는다. 교인들은 '박근혜 퇴진' 플래카드를 내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 단체가 주관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퇴진", "이정현 퇴진"을 외쳤다.
세월호 참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수시로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5년 2월, 교인들은 순천시민연대와 함께 팽목항 도보 순례도 진행했다. 순천하늘씨앗교회는 매주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한 기도문을 주보에 게재한다.
한성수 목사가 제시한 신학적 대안은 조직적 대안보다 품이 더 들었다. 일례로 교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성서문자주의'를 타파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매주 수요일마다 교인을 상대로 기독교 강좌를 진행하고, 주일예배 전에는 성경 공부를 했다. 정확히 알고, 제대로 믿자는 것이다.
한 목사와 함께하며 교인들은 의식이 바뀌었고, 순천하늘씨앗교회는 새로운 공동체를 거듭났다. 한 목사는 대안 교회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변했다.
중소 도시에서 이런 특징을 지닌 교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1층 현관문에는 '하늘씨앗 행동 강령'이 부착돼 있다. 강령은 한 목사가 있을 때 만들었다.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자신을 성찰한다(말씀) △우리는 날마다 교회의 개혁과 사회의 변혁을 위해 기도한다(기도) △우리는 감사와 기쁨, 두렵고 떨림으로 예배와 성례에 참여한다(경외) △우리는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며 생명 평화를 위해 일한다(평화) △우리는 불의와 허위, 모든 억압에 대해 정의의 이름으로 저항한다(정의) △우리는 지구를 살리는 창조질서 보전 및 생태 환경 개선에 힘쓴다(생태) △우리는 다양성을 보전하며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존중한다(대화).
현재 담임인 최성진 목사는, 한성수 목사가 있을 때 순천하늘씨앗교회 체제가 정립됐다고 했다. 최 목사는 다양성 존중이야말로 우리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순천하늘씨앗교회라고 갈등과 불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각이 달라 교회를 떠난 기존 교인도 있고 적응 못 하고 떠난 이도 있다. 남은 사람들은 똘똘 뭉쳤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대화와 논의를 밟아 문제를 하나씩 풀어 갔다.
현재 출석 교인은 40명 정도다. 구례, 광양 등 인근 도시에서 출석하는 교인도 있다. 멀리서도 교회를 찾는 이유가 있다. 교회가 배움의 장소이고, 목욕탕이고, 종합 선물 세트이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10주년 기념 문집 <예수, 그 빛나는 자유 - 대안의 길 10년의 발자취>에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순천하늘씨앗교회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교회 특징도 그렇지만, 교단에 소속돼 있지 않다 보니 "이단 아니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최성진 목사가 웃으며 말했다.
순천하늘씨앗교회는 11월 27일 교인 총회를 열어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교단에 가입하기로 결의했다. 소속이 있으면 좋겠다, 교회가 중흥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교단 가입을 추진했다. 기장과 저울질하다가 복음교회를 선택했다. 복음교회 교단은 순천하늘씨앗교회 특수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겠다고 했다.
11년 전 '대안 교회'가 되고자 했던 순천하늘씨앗교회의 몸부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교인들은 10주년 설문 조사에서 '청년층의 부재'(22.9%)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교회는 진보적 성향이지만, 청년이 머물지 못하는 분위기를 반성해야 한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최성진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당면 과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뉴스앤조이를 응원해 주세요
- 1000원
후원합니다 - 3000원
후원합니다 - 5000원
후원합니다 - 10000원
후원합니다 - 정기후원
이것을 본 밭아 모든 기독교가 참여 하기를 버란다
재림교도 이번에 참여해 봐라
빨리 시작해서 세상을 놀라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