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았다

by 김균 posted Dec 30, 2016 Replies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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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생 죄를 지어서

야곱이 바로 앞에서 읊조렸던 글을 외우면서 살았습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삼십 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47:9)

 

요즘 허리가 부실해서 매일 병원에 다닙니다

전에 갔던 진주의 정형외과에 갔더니

엑스레이를 찍은 후 시커먹게 변해 보이는 자리를 보고서는

2번 요추가 닳아서 뼈를 상하게 하는 것 같으니

MRI를 찍자고 해서 찍었더니

완전히 의사의 뻥이었습니다

다리까지 저려서 산에는 영원히 못 가는 줄 알았더니

디스크니 적당히 운동하라고

내가 원장님 내 나이에는 이런 것 아닙니까? 했더니

나를 보더니 차트의 나이를 보고서는 아이쿠 하는 겁니다

괜찮다나요? 얼굴을 보고 큰일 났다 했는데 나이를 보니 괜찮다나요

MRI값만 40만원 날렸어요

그래서 요즘 한의원에 추나치료 받으러 다닙니다

 

산다는 게 뭔지

젊었을 때는 죽는 게 하나도 겁이 안나더니

-그러니 고속도로에서 150-160km로 달렸지요-

이젠 겁이 덜컥 나서 130km만 되면 저절로 속도가 줄어요

그래도 요즘은 딱지 하나 안 걸리고 딸 집까지 360km를

휴게소마다 쉬어가면서 3시간 반에....ㅋㅋ

 

이젠 늙으니 죽는 게 겁이 난다 이 말입니다

야곱은 130년을 살고서 자기를 반성합니다

엄마와 작당을 해서 형을 그리고 아버지를 속이고

나중에는 재물 욕심이 나서 외삼촌을 속이고

마누라는 복도 많게 4명이나 얻고 아들만 12을 그리고 딸을 얻고

내가 보기에는 요즘 우리가 배우는 욥보다 더한 고통의 세월을 보내면서

자아 반성, 회개 자복 온갖 것 다 해 본 늙은이가

바로 앞에서는 회한의 말을 쏟아 놓습니다

많은 자식들 그것도 자기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의 소생인 요셉을 편들다가

잃엊버리는 불행을 겪으면서 130년을 살아왔는데

나그네 길이라 푸념합니다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그런데 그도 가고 나도 갑니다

우리도 가고 저들도 갑니다

당대에 오신다고 큰 소리 치던 사람도 갈 것이고

먼 길 터벅이면서 푸념도 할 겁니다

우리가 그를 기다렸으니 까지만 정답이고

그 다음은 누구든지 미결의 장입니다

역사 앞에 장사 없고 예언 앞에 작두 타는 사람 없습니다

 

어젯밤 심심해서 신천지 이야기 유투브에서

이 만희가 여자 애인이라는 김 아무개 후계자 하고 어망 놓고 고기 잡는 장면을 봤어요

만왕의 왕이란 이 만희도 천진한 면도 있데요

혼자서 웃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지가 별 쪼 있나?

그도 죽고 나면 새로운 성령이 하나 더 생길 거고

그러면 잡신들이 서로 교인들 뺏을 거라고 내기 장기를 두든지

고스톱이라도 칠런지 모르겠습니다

 

삶은 고귀한 것인데 그 삶을 가지고 장난치는 위정자들 재벌들 나쁜 사람들을

하나님은 어떻게 벌 주실지 나도 의문이 많습니다

저들 가운데 예수쟁이들도 제법 되는데 년말 한 시간 안에 모든 것 용서 받으면

그들로 인해서 피폐된 가정들의 원한은 누가 갚아 주실까 하는

질투도 해 봅니다

 

갈 날이 얼마 안 남으니 별 생각을 다해 봅니다만

이럴 때 마다 접장님의 만인구원론이 기분을 슬슬 상하게 하거든요

내 행사를 보면 그게 꼭 필요한데 말입니다

사람은 참 이기적입니다

이야기가 딴데로 흘러 길어졌네요

 

오래 살았습니다

아직도 올라갈 산이 많고 낚아야 할 고기도 많습니다

지난 주부터 내내 밤 낚시가 안 되어서 벌벌 떨고 다녔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면 제법 잡히는데 너무 추워서 삼갔더니

다음 주에는 볼락이나 실컨 잡으려구요

 

오래 산 값을 해야 할텐데 그게 잘 안 돼요

내가 모시고 온 이북의 성경 할머니는 어제 90세 생일 잔치를 했는데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나도 못 알아보던데요

그러면 안 되거든요

내가 모시고 왔을 때 인천공항에서 날 불러내더니

"장로님 하늘 갈 거예요" 했는데 그가 날 못 알아보면 어쩌나?

 

새해가 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꼬끼요 하고 울 때 모가지를 비틀지 말고

1년간 모이도 잘 주고 키워서 알도 빼 벅은 후 처리하십쇼 ㅋㅋ

 

해피 양력설

 

(사진은 지난 가을 베트남 하롱베이입니다)

 

추서
어떤 이는 고철과 나무 조각으로 반닫이 만드는 기술이 있는데
내게 있는 100년 이상된 자그마한 3단 서랍장은 찌그러져 아무 것도 못 넣는
아버지의 유품인데
나는 기술이 없어서 그것도 못 고칩니다
본드로 떼울 수도 없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고치면 팔릴 것도 아니고 내년 1년도 바라만 보면서 아버지나 추억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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