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Solomon (3)

by 곰솔 posted Jan 07, 2017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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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주 어렸을 때, 닭 한 마리 잡아 큰 솥에 삶아 죽으로 먹은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여섯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게 각인된 것은 아마도 처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02. 60년대는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70년대부터는 전혀 달랐다.
지금의 통영, 당시의 충무는 모든 게 넉넉했다.
물론 비린내를 처음 맡아 이런 걸 먹어도 되냐고 물어야 했지만.

03. 언제나 부산한 역 광장 맞은편, 막 생겨난 영주 시장 좁은 골목길에서
안식일 저녁이면 한 그릇의 잔치국수로 청년들이 배를 불렸다.
70년대 중후반이라고 기억된다.

 

04. 80년대는 광화문 사거리의 교보문고를 제집 드나들 듯 하였다.
덕분에 지난 30여 년 동안 신간들은 친구 이상의 역할을 하였고,
덕분에 넓은 세상은 언제나 단순명료해졌다.

 

05.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서울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엔 하나의 유행인 줄 알았는데,
2017년 1월 현재엔 어딜 가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06. 아니나 다를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를 거쳐 80년대를 그리워하고.
백종원의 가성비 높은 음식점들 이름은 새마을식당, 역전우동, 국밥, 다방...

 

07. 신간들도 예외가 아니다.
80년대 광화문 생명의말씀사, 종각 옆의 종로서적...
거기서 읽었던 찰스 피니가 부활하여
1988년 미니애폴리스 100주년으로부터 시작된 30여년의 “칭의”를 무색케 한다.

 

08. 어제 저녁에도 50만이 모였다는 촛불 문화제 역시 역설적이다.
권불십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박정희-박근혜 부녀지간 이야기라면 역시
과거로 돌아가는 요즘 시세와 맞아 떨어진다.

 

09. 일장춘몽! 덧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아침 안개! 선지자들이 외치던 상징이다.
베이비부머 끝자락에서 항상 불만에 찬 나의 지난날도 이젠 허전하게만 느껴진다.

 

10. 어쩌면 솔로몬 지혜문학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때가 온 것일까?
또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자들이 편집한 히브리 성서를
이제야 알아챌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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