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6.09.15 04:43

폭풍 공감

조회 수 1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강사의 말은 느리고 차분하였다. 그는 낮게 말했지만 회중을 지배하였다. 그는 눈으로 지배하고 말로 제압해 나갔다. 그는 일상어투로 말했다. 교회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수연은 그에게 빨려들었다. 노트를 펴서 그의 말을 적어나갔다.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여러분! 이 양복 제게 잘 어울리나요? 저는 오늘 아침에 이 죄수복을 또 다시 입었습니다. 저는 다시 죽음을 향해 이 죄수복을 입었습니다. 죽음이란 우리 산 자들의 몫입니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분과 저는 오늘 만났습니다.

 

여러분! 저를 믿지 마십시오. 저는 멀쩡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언제 도져 길거리 폐인이 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쾌락과 함께 엉겨서 죽고 싶은 것이 저의 본심입니다. 저는 별별 정신성 중독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중증입니다. 저는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가 알고 저기 앉은 저 사람이 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설교보다 처절한 간증을 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피아노 앞의 부인은 울고 있었다. 눈은 울고 두 손은 모아져 있었다. 무슨 말인지 부인은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외마디 말로 기도하고 있었다. 부인을 보며 수연도 울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하나하나 죽어가는 이 냉엄함 앞에서 여러분들이 무얼 믿고 있다는 것입니까? 여러분들은 믿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거의 공상이고 최면입니다. 믿어보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눈먼 소경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단지 몽롱한 신앙용어 타짜일 뿐입니다. 머리 민 도승과 같이 그저 길고 긴 수양생활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저는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남은 것이 없습니다. 길고 긴 기도와 묵상을 하고 온 심정입니다. 박사학위로 치장했지만 저는 가능성 희박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그래도 저는 갑니다.

 

저의 눈에 아름다운 나라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뻔뻔하기 그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뻔뻔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인간 역사 이래로 저와 같은 뻔뻔한 자들을 받아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난치들을 고쳐주시는 분을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고명한 박사로 포장하기보다는 까발려진 탕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의 학위, 똥으로 알고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회개했습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하늘에서는 사람의 회개에 속지 않습니다. 회개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그냥 묵묵히 가십시오. 인간의 회개는 모두가 허당일 뿐입니다.

 

여러분! 틀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성경 속 예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늘 위의 산 자를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독뱀에게 둘러싸여도 서광이 비칩니다. 신앙은 주둥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자를 위한 사실 확인으로 성서는 쓰여야 합니다.

 

사기성 있는 자들의 헛것에 희생당하지 않기 바랍니다. 눈을 뜨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눈을 못 뜨면 여러분은 죄악 가운데 그대로 죽을 것입니다.

 

수연은 울었다. 강사의 부인도 계속 울었다. 수연은 강사의 민낯 강의에 그대로 이입이 되었다. 그냥 계속 울고 싶었다. 엉킨 난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강사의 말은 터프하였지만 수연은 폭풍공감을 하였다. 수연에게 생애 최고의 날로 남는 날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707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78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662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421
1691 독생자가 닦아놓은 유일한 영생길=3낮3밤 new 김운혁 2024.07.01 9
1690 계시록 13:11-18의 두 뿔의 양같은 짐승은 거짓 선지자인가, 소아시아의 고유 제국 숭배 현실인가, 미국인가 3 들꽃 2024.06.17 40
1689 성경이 말하는 죄의 변천사 fallbaram. 2024.06.18 44
1688 지옥 가다가 돌아오다 1 김균 2024.06.23 47
1687 [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3] 제2회-뉴스비평 작은뿔 2016.09.20 48
1686 성경은 누구를 아들이라고 하는가 (1) fallbaram. 2024.06.19 48
1685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2 김균 2024.06.23 55
1684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59
1683 안식일 준수 3 들꽃 2024.06.22 59
1682 1월 1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korando 2017.01.12 61
1681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2월 02일) 민초 2016.12.04 63
1680 영문, 한글, 일어, 중국어 과정책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 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2017.08.26 64
1679 성경이 시작하고 성경이 끌고가는  살아있는 안식일의 변천사 1 fallbaram. 2024.06.16 64
1678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65
1677 자유 2 fallbaram. 2024.06.16 65
1676 새정부 대북접촉 첫 승인여부 검토...남북 교류 물꼬 트나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10 67
1675 목구멍을 넓혀라 김균 2020.06.24 68
1674 포도원과 교회 여우 2017.09.03 70
1673 중세기의 신 이야기 7 김균 2024.06.18 70
1672 노영보 변호사의 "석궁 맞아보셨습니까?" (20120131) 성경 2017.05.16 72
1671 물에 빠진 새앙 쥐 김균 2020.04.27 73
1670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74
1669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6 " The Nathan Narratives" by Gwilym H. Jones 김원일 2021.03.14 75
1668 91516, 진실을알고싶다1 2016.09.15 76
1667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76
1666 이재명 "국민 총구, 탄핵 거부세력에게 옮겨갈 것" 방향 2016.12.01 76
1665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중급 - 46강 근현대사란 무엇인가?_#001 설빔 2016.09.15 78
1664 화면이 달라졌어요 김종현 2016.09.20 78
1663 日에 굴복한 정부, "부산 소녀상 이전하라" 공문 뷰스 2017.02.23 78
1662 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김균 2020.04.01 80
1661 갑작스런 개헌 주장의 배경은 뭘까? 개헌 2016.10.24 81
1660 돌발영상 최순실 사건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 당시 웃는 모습 12년전 2016.12.11 83
1659 그림자를 판 사나이-4 단편 2017.06.18 83
1658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친일청산 2016.09.19 84
1657 조선일보가 바로 '적폐'다 적폐 2017.05.08 84
1656 박근혜 "정권이 역사를 재단해선 안 된다" 1 친일청산 2016.11.16 85
1655 [JTBC 뉴스룸]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 새로움 2017.01.04 85
1654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친일청산 2016.12.02 86
1653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87
1652 생중계- 범 국민행동 / 민중 총궐기 하야하라 2016.11.12 87
1651 [단독입수] '좌익효수' 진술조서 보니…선거개입 댓글 735개 바벨론 2017.01.01 87
1650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현재 2017.01.09 87
1649 사울 : 다윗 = 김기춘 : 세월호 유가족 . '대통령 7시간' 보도에 김기춘 "응징, 추적, 처단" 나쁜권력자 2016.12.02 89
1648 ■ [평화의 연찬] 정치와 종교 (김한영 - 평화교류협의회 상생공동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05 89
1647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90
1646 가을 편지 가을에 2016.10.03 90
1645 유시민 특강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시대정신 2016.12.01 90
1644 승리의 함성 천사 2016.12.02 91
1643 유시민 전 장관 발언 풀영상 (국정교과서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박근혜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 통박 2016.12.05 91
1642 대전MBC 시사플러스 GMO, 얼마나 알고 드십니까? 마음파동 2017.10.13 91
1641 빈민가 천사(한 여인). 범어사 2017.09.23 91
1640 성령은 또 다른 개체로 존재하시는가? 청지기 2016.09.10 92
1639 사드 논란, ‘선무당’이 너무 많다 [정치토크 돌직구 44회] sad 2017.01.04 92
1638 남자들은 왜 TV/스포츠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배달부 2017.09.27 92
1637 "낡은 정치, 부패 정치하는 정부는 볼 것없이 무등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왕이 똑똑해야 나라가 편했습니다. 지금은 주권자(국민)가 똑똑해야 나라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참예언 2016.12.24 93
1636 2017년 5월 3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잘한다 2017.06.05 93
163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피해액 35조…정부예산 9% ‘꿀꺽’” 의사 2016.12.12 94
1634 열폭(열등감 폭발) = 냉소주의와 소비주의 (7) 곰솔 2017.01.11 94
1633 ‘노무현에 막말·욕설’ 박근혜도 웃으며 봐놓고… 언덕에서 2017.05.04 94
1632 명진스님(2)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 에르미 2017.06.19 94
1631 이제부터 시작 로망 2017.05.14 95
1630 침례 요한이 되고 싶은 분들 김균 2020.04.15 95
1629 [3분 Talk] '말하는대로', 시국이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다 백성 2016.12.06 96
1628 명진스님(1) 에르미 2017.06.19 96
1627 재림교인 되기 5 들꽃 2024.06.19 96
1626 최순실 밖에 없는 나라 나라걱정 2016.12.27 97
1625 현대미술의 정치혁명 (21) 곰솔 2017.01.25 97
1624 미국이 우리 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5) 의열 2017.07.02 97
1623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 1 김균 2020.04.10 97
1622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 아리아 <브라질풍의 바하 5번> Bachianas Brasileiras No.5 ' 빌라 로보스 Heitor Villa-Lobos 전용근 2016.09.10 98
1621 [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슬픈열대 2016.10.28 98
1620 삼십팔년된 병자가 누구인가? 1 fallbaram. 2024.06.05 98
1619 그림자를 판 사나이 2 단편 2017.06.11 99
1618 그의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무실 2020.07.25 99
1617 들을 귀 있는자는 들으라 fallbaram. 2024.06.07 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