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콜럼버스로 남쪽으로 꺾어서 오는 길은 여섯시간 반의 길이다.
한 이십분 북쪽으로 오는 길보다 짧지만 북쪽의 길 보다 복잡해서 재미가 없다.
복쪽으로 오는 시골길은 꽤나 조용하고 낭만적이다.
복쪽으로 오면 언제나 숱한 상념을 하게 되고
남쪽으로 오면 달리는데만 신경을 쓰게 된다.
이번에 오면서 모처럼 흘러간 옛노래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 많은 노래 중에서
노 사연의 바램, 이 용의 잊혀진 계절 그리고 유심초의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아마도 다섯번 이상을 들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문둥이 피하듯이 외면하였던 그런 노래들이
이리도 가슴을 쥐어짜고
흔들고
스며들고
적시기도 하는 지 모를 일이지만...
곡 하나를 소리내어 따라해 보았는데
마치 찬미가를 부르듯 나의 소리는 어눌했다.
천국을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노래하는가에 온통 달아 놓았던
나의 "뿌리깊은 나무" 에 유행가 몇가닥이 댕그라니
달리고
가을은
가을 남자들의 수염에서라기 보다
몇개의 용감한 나무 끝에
"립스틱 짙게 바른" 붉은 점에서 점점
커가고 있다.
설악산 천불동에도 가을은 알밤처럼
익어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