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그리워 할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자
딱 한번
보내야 할 사람을 보내고
돌아선 사람들이
남아 있는 자들을 항하여
그리움이 없다면
가시만 있고
꽃이 없는 흑장미가 아닌가
청도의 소싸움처럼
율법으로 출발한 범소와
은혜로 출발한 얼룩이가
이 가을엔 서로 보듬어 볼 일이다.
어제까지 다섯 광주리 청포도를
나누어 먹고 텅 비어 있는 찻속에선
아직도 향기가 남아 가을이 콧속에
단맛으로 가득 열려 있다
콧속으로 오던 그 가을이
이 동원의 향수가 되어 귀로 들어 오는
이 들판에
나는 소리치고 있다
그리운 이름들이여
그리운 사람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