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타는 남자

by 김균 posted Oct 01, 2016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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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는 남자

 

짧은 가을

한 자락 거머쥐고

산자락 노을 따라

산을 넘는다

 

평생 아파했던 과거의 편린들

오늘도 오금마저 펼 줄 모른 채

나를 학대하는데

 

하늘은 예기치 않은 비를 뿌리고

걸을까 말까 망설이는 내게

산은 가을을 타게 만들고

나는 그 그늘을 사랑하다가

타는 낙엽을 밟으러

오늘도 산으로 간다

 

아 오늘도 가을 하늘은 붉게 타고

마음은 왜 이리도 아플까?

해마다 겪는 노을에 대한 환상이

저문 들녘처럼 기우제만 지내고

산등성이에서 보는 세상은

작고도 초라하다

 

이 가을을 기다리며

한 해를 다시 살아도

가을바람은 언제나 스산하다(201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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