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by 산울림 posted Oct 06, 201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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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이고 ~~

 

  “그렇게 가시니 마음이 편하오.”
 
  내가 들은 말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 다음은 몇 시간이고 곡소리가 이어졌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간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더하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뫼를 내려왔다.
 
 
 
  “산소 갔다 왔어.”
 
  “변소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만.”
 
  “농담이지?”
 
  “잘한 것도 없으니께.”
 
 
 
  나는 가만히 할머니를 보았다. 할아버지 가시는 길에 울지 않은 것은 할머니 한 분이었다.
 
  “할머니는 곡도 없어?”
 
  “누구? 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있다 오라 하더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 마음에 그렇게 가는 것처럼 아니, 구름이 그렇게 갔었다. 그리고 비도 내렸고, 그런데 정작 곡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따라 갔지만 나는 흘러가는 물만 볼 뿐이었다.
 
 
 
  ‘신장이가 좋던가?’
 
  ‘예?’
 
  어릴 적 들은 말이었다. 그의 신발을 꼭 안고 나는 울고 있었다. 그렇게 서울하고 작별을 하고 공장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왔다.
 
  그가 떠난 것이 신기 있는 년 나약한 모습에서 였다고 들으니 섭섭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할아버지하고 할머니 정도는 되지 못 하더라도 무엇인가 있겠지 했는데 공순이 공돌이가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겁이 나서 신은 못 받았다. 할머니 가는 길에 왜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는지 알 수가 없다.
 
 
 
  “신장이가 좋은가?”
 
  “뭐?”
 
  “곡하는 어머니가 부러워서.”
 
  “좋아서 하나? 시어머니니께 하는 거지.”
 
  “시어머니…….”
 
 
 
  이곳저곳에서 곡이 이어졌다.
 
  ‘아이고, 아이고~!’
 
  나는 가만히 귀를 막았다.
 
  ‘듣기 싫어.’
 
  고무신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추운 겨울이었다. 날씨가 거세었다. 귀가 다 달아날 정도가 되었다. 나는 멍하니 할머니가 자주 가던 동네 노인정 건물을 보았다. 회색에 별 색도 없는 그렇게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자꾸 눈에 각인되었다. 나는 삐거덕 거리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밥은?”
 
  “여기 누구 있나?”
 
  “신장이가 그렇게 좋았나?”
 
  “니는?”
 
  “밥 먹어라.”
 
 
 
  나는 허겁지겁 밥을 먹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이어져 들리는 곡소리도 들었다.
 
  ‘내 심정을 누가 알까? 아이고~ 아이고~!’
 
 
 < 이보시오 >


 
“이보시오, 내 말 좀 들어 보소. 내가 태어난 것은 이래도 생김 생김새마다 밉상이라는 말은 안 들었는데 병신이 굿을 한다고 신기가 있어서 귀신드래입니다. 그래서 대우가 이리 이 모양으로 박색이 되었습니다.”
 
  “무슨 말씀이 하시고 싶은신 거에요?”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나를 이리로 보냈는데 나는 내가 왜 이곳으로 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양소가 싫으세요?”
 
  “하도 허리가 아파서 나는 바람 든 곳이 좋은데. 그람 집 밖에 방법이 없는데 연락도 안 닿고.”
 
  “아드님이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하셔서 이번 달 말까지 기다리셔야 해요.”
 
  “이보소. 내 말 좀 들어보소.”
 
  그녀의 사연은 이랬다.
 
  어릴 적에 신을 모시는 일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갔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있은 뒤부터 신귀처럼 그렇게 귀에 말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누군가 하는 사람이 찾아와서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자고 해서 따라갔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부도 좀 하고 노래도 좀 하다가 춤 추는 사람을 만나 춤을 추었단다. 아니, 배웠단다. 그 다음은 그 춤으로 산다고 하다가 그만 집에서 사고 있다고 연락이 와 내려와 그만 신귀가 되어 무당으로 들어섯단다.

하나님도 무심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니 측은하였다.
 
 
 
  “어머니도 알지만 이곳에 있다보면 신기도 떨어지고, 하나님도 믿게 된다.”
 
  “하나님이 있는 것은 알지.”
 
  “내 말 들어라.”
 
  “바람 든 곳이 나는 좋다.”
 
 
그녀는 일어나 방을 나왔다. 아들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았다.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조용히 말하였다.
 
  ‘내 마음이 가야 가지.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창문으로 보이는 키 높은 나무를 보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읊조렸다.
 
  ‘그때는 하나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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