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고 고집만 남은 양
오늘 이마트에 갔더니
양고기 두 쪽에 12,000원을 한다
이 양은 태어난지 6개월 미만 이란다
물론 이 양고기도 다리뼈는 붙어 있다
이건 300g쯤 되는 것 같다
좀 늙은 것은 1kg에 18,000원인데 그것 사면 껍데기와 뼈까지 붙어 온다
결국 18,000원짜리는 껍데기 뼈 포함가격이다
이스라엘은 죄와 양을 교환하는 신앙을 했다
500만원어치 죄를 짓고 20만원짜리 양 바치고
종교가 형식화되니 계산적 신앙으로 바리새화 됐었다
나는요 주일에 두 번이나 밥을 굶습니다
정한 십일금 떼어 먹는 것 보셨나요?
그러니 여기 서 있는 이 세리와 같은 레벨로 보지 마십시오
그런데 그 옆에 선 염치없는 놈은
물론 나는 배고픈 것을 못 이기기에 밥은 죽어도 못 굶습니다
가진 것 없어서 매일 소식을 하니 한 끼만 굶어도 하늘이 노래집니다
영락없이 나는 세리같은 신앙인입니다
나는 십일금도 세금 비용 다 제하고 냅니다
나는 바리새인이 될 수 없는 신앙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늙고 병든 양으로 살아갑니다
단지 구하는 것은
나는 죄인입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나는 죄인이라는 것 뼛속부터 느끼며 살아갑니다
밥을 못 굶어서도 아니요
십일금을 내 계산법으로 내어서도 아닙니다
내가 주일마다 7번을 금식한들
내가 십4조를 낸다한들
내가 무슨 수로 의인이 될 수 있나요?
거기다가 매일 오직 예수만 외치며 살아가고
오직 믿음이라 믿습니다
늙으면 생각도 갇힌다
늙으면 고집만 남는다
역시 늙으면 온갖 병이 다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요즘 이런 노래도 유행한다
“8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텐데 또 왔냐고 전해라
10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그래서 90이 되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니 매 한가지라고도 한다
고집은 있어도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주위를 돌아보니 순수하기는커녕
생각하는 게 무엇이 그리도 복잡한지 모르겠다
세리처럼 순수하게 신앙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
애이 농담도 심하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리새인처럼
늙고 병들고 고집만 남은 양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