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12.01 01:11

한국, 왜 우경화하나?

조회 수 2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늘 느끼지만, 역시 박노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한국, 왜 우경화하나?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나는 요즘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보게 된다. 내가 잘 아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회주의’가 한창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18~24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지지율은 50~55% 정도로, ‘자본주의’ 지지를 앞지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노르웨이 같은 사민주의적 국가 정도를 의미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의 아성이었던 미국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사민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노르웨이에서는 급진 좌파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금 오슬로대학교 같으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학생들이 급진 사회주의 정당인 적색당이나 사회주의좌파당을 지지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주시하는 외국이라면 독일일 텐데,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는 최근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20만여채를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과반이 이에 찬성했다. ‘몰수’와 ‘공유화’는 다시 인기 있는 표어가 되어가는 추세다. 권위주의 정권인 러시아에서도 지금 독재의 대항마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세력은 바로 최근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린 연방공산당이다. 내가 아는 어느 사회를 둘러보아도, 팬데믹과 경제, 환경 위기 속에서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 같다.

 

두개의 예외를 이야기하자면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는 4년 전에 촛불항쟁으로 물러난 강경 보수 세력들이 부활하여 대선 정국의 ‘강자’로 부상했다. 구미권으로 가면 갈수록 ‘희망’을 의미하게 된 ‘사회주의’는 이들 세력에게는 욕 중의 욕이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보면 중도의 사회적 자유주의 정도로 규정될 수 있는 현 집권 세력을 공격할 때에도 늘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식의 비난을 퍼붓는다. 정작 ‘사회주의’로 불릴 만한 그 어떤 정책도 지난 4년 동안 전혀 시행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강경 보수의 ‘힘’이 과시되는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극우의 행동대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망동도 종종 벌인다. 몇주 전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집회에 ‘자유연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극우 단체 회원들이 나타나서 “위안부 강제 동원은 거짓말”과 같은 표어를 들고 일장기를 흔드는 광경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면서 믿을까 말까 한 적이 있었다. 몇년 전만 해도 극우들이 일장기를 들고나와서 피해자들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모독하지는 못했을 터인데, 이제 이런 공개적 행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이 사회의 제재력이 약해진 것이다. 일장기를 흔들면서 전쟁 피해자들을 모욕해도 이 망동을 막을 만한 시민들의 ‘공분’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구미의 다수 국가에서 급진 좌파의 인기가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오르는 이유들은 쉽게 이해된다. 첫째, 기후위기와 같은 지구적 재앙들을 이윤추구 시스템을 통해선 해결할 수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십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가면 갈수록 젊은 세대로 하여금 안정된 직장이나 내 집을 마련하여 가정을 이룰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균적인 영미권 20대는 플랫폼 노동을 하거나 불안한 직장에 다니며 계속 비싸지는 주택 임대료를 내고 대출받은 학자금을 상환하느라고 거의 저축을 할 수 없는 ‘현대판 무산자’다. 재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자원의 공유를 지지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은가? 셋째, 역사적 기억들은 좌파 부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구미에서는 1950~60년대에 재분배 정책의 대대적인 실시와 함께 대중의 삶이 크게 좋아진 경험이 있으며, 역사 교육이나 언론 등은 이 경험에 대한 집단 기억을 유지시키고 있다. 사민주의자들의 장기 집권을 경험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급진 좌파가 집권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서 다수의 삶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러시아에서의 괄목할 만한 좌파의 부활 역시, 모두가 안정된 직장을 영위했으며 국가로부터 무료로 주택을 배분받을 수 있었던 소련 시절에 대한 기억에 기대는 편이다.

 

한국의 상황은 이와 꽤나 다르다. 첫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애써 외면한다.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미래 걱정’ 자체는 ‘사치’로 보일 수 있다. 현 정권의 그린뉴딜은 결국 탈성장이 아닌, 단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 집약적 성장인데, 이처럼 전혀 급진적이지 않은 기후 정책에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은 그다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둘째, 젊은이들의 박탈감은 구미권보다 한국에서 더 심한데, 문제는 박탈이라는 상황을 언론 등 여론 주도세력이 어떻게 포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20대의 자가 주택 보유율을 보면 한국은 24%에 그친다. 반면 미국 20대는 34%나 자신이 사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20대 근로자들 중에 무려 40%가 비정규직인 데 비해, 노르웨이의 경우는 15~24살 근로자의 27%, 그리고 24~29살 근로자의 15%만이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유럽과 달리 경영 참여도 못 하는 노조는 과연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물음들은, 이미 보수적 여론 주도세력의 프레이밍에 익숙해진 많은 이들에게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셋째, 이미 유권자들을 많이 실망시킨,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현 정권보다 더 급진적인 정치세력들은 구미권과 달리 한국에선 집권한 적이 없다. 그들은 승리의 기억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쉽게도 한국인의 표심은 강경 보수 대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진자처럼 왔다 갔다 하곤 한다. 강경 보수의 적폐에 대한 분노가 쌓이면 자유주의 세력들을 택하고,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해 부동산과 불안 노동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다시 강경 보수의 인기가 오른다. 이 폐쇄회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1439.html#csidx3a19c5fe4bbf2ccba72988fbe1ce37f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707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78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662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421
1616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 (황교안 국무총리) "올바른 역사관 갖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되어야" 시대의징조 2017.01.04 100
1615 [프레임 전쟁] 3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위기를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로 막아낸 조선일보, 진실 은폐한 ‘내부자들’ 여전히 활개 1 틀거리 2017.04.29 100
1614 손 들엇 1 김균 2020.04.30 100
1613 전 美국무장관 "이스라엘, 핵무기 200발 보유" 뉴스 2016.09.18 101
1612 소녀의 삶 귀향 2017.01.18 101
1611 미국이 우리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 (2) 2 의열 2017.06.25 101
1610 따끈따끈한 이야기 file 김균 2020.04.29 101
1609 그릇 이야기 5 fallbaram. 2020.05.10 101
1608 [music-1] . . Hallelujah -- Andre Rieu inspiredmusic/art 2016.10.11 102
1607 서울대학교 학생 시국 선언문 -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 퇴진을명한다 2016.10.26 102
1606 서문시장 전격방문한 대텅 . 쪽박 2016.12.01 103
1605 [백년전쟁 스페셜 에디션] 프레이저 보고서 1부 - 풀버젼 Full version 백주대낮 2016.12.10 103
1604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읍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2 김원일 2021.02.16 103
1603 (다큐 영상8편)단군이래 최대 사기....MB가 나라를 말아 먹은 방법......4대강,자원외교.정치공작 에르미 2017.06.21 104
1602 미국이 우리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 (1) 의열 2017.06.25 104
1601 천국은 누가 가는가? 김균 2020.04.01 104
1600 제21회 미주 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6.12.23 105
1599 양백(兩白), 도(稻), 삼풍(三豊), 토(土), 미(米), 황(黃),백의(白衣)... 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 현민 2017.01.01 105
1598 파파이스(158회.이명박의 국가 돈 빼먹기.. 등) 1 범어사 2017.09.09 105
1597 모두가 핵핵거리는 핵무기 4 시사인 2016.09.17 106
1596 세월X 자로님의 주장 요약본 마음의소리 2016.12.26 106
1595 "삼성, 노동자 피 빨아 박근혜-최순실에게 토했다" 프레시 2016.11.05 107
1594 [단독]“朴대통령, 작년 맨부커상 받은 한강에 축전 거부했다” 어떤나라 2017.01.11 107
1593 '너, 이놈, 계집애들' 막말 준표..그나마의 '격조 보수'도 허무나 깡패들의행진 2017.05.09 107
1592 아야금의 가야금 연주와 노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마음파동 2017.10.16 107
1591 코이 1 김균 2020.06.20 107
1590 극상품(완전한 품성) 포도나무에서 들포도가 맺힘은 어찜이요? 광야소리 2017.01.29 108
1589 간첩과 그 가족들 2 김균 2020.04.29 108
1588 [단독] 블랙리스트 만든 정부, 한강 소설도 ‘사상검증’ 정황 여성 2016.11.15 109
1587 이게 청문회지! 유시민, 김경진 의원의 정보를 뽑아내는 질의 거문도 2016.12.08 109
1586 朴측 "대통령 계속 맡겨야"…예수, 색깔론 등장(종합) 피에 2017.01.05 109
1585 제21회 미주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7.02.20 109
1584 기독자유당 "홍준표 지지" so 2017.05.02 109
1583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살수 2016.10.29 110
1582 무지개 너머 김균 2016.12.07 110
1581 유시민의 탁월한 분석력 - 2년전 우병우에 대한 해박한 분석 예측 2017.01.15 110
1580 국정원 7대 사건 재조사 촛불 2017.06.21 110
1579 "국민 마음·영혼에 들러붙은 '박근혜 귀신' 나가라" 베지테리언 2016.11.15 111
1578 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 (그것이 알고 싶다 1094회 20170923 ) 붕붕 2017.09.26 111
1577 우리 살아남은 자도 1 김균 2020.04.09 111
1576 그릇 아야기 3 fallbaram. 2020.05.10 111
1575 고산병 치료 전문병원 평전 2016.11.25 112
1574 박대통령, 대선 앞 개헌 추진 노무현엔 “참 나쁜 대통령” 다카키마사오 2016.10.23 112
1573 [기자칼럼]빨갱이 혹은 블랙리스트 거울 2017.01.05 112
1572 하나님은 진인(眞人)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천명(天命)을 내렸나....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현민 2017.01.15 112
1571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112
1570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김균 2020.06.23 112
1569 [소셜라이브 스페셜] 유승민 이재명 전원책 유시민 X 강지영 아나운서 새로움 2017.01.04 113
1568 “제가 이재명 사이다를 비판했다고요?” 그렇게 2017.01.06 113
1567 최근에 일어난 컴퓨터 랜섬 웨어의 피해를 통해 배우는 것들 무실 2017.07.14 113
1566 당신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이들 덕분에, 인권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범어사 2017.09.06 113
1565 사재기 김균 2020.03.22 113
1564 똥통과 물통 김균 2020.04.13 113
1563 옳은 생각 세월호 2016.11.22 114
1562 언론사 공동 팩트체크, 홍준표 거짓말 가장 많았다 쟁이 2017.05.18 114
1561 장진호 전투 다큐멘터리 둥글게둥글게 2017.06.26 114
1560 나라 사랑 김균 2020.03.27 114
1559 최치원 선생의 최고운결(崔孤雲訣)...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 현민 2016.12.30 115
1558 깨달은 마음으로 쓰는 글 무실 2017.02.01 115
1557 드라마 '모래시계 작가' 송지나 “‘모래시계 검사’가 홍준표? 불쾌… 그만 써달라” 민낯 2017.05.03 115
1556 댓글 숫자 표시 해주세요. 부탁 2016.09.12 116
1555 남자가 힘든 일을 안해도 되는 방법 1 예언 2016.10.15 116
1554 안철수 "노무현 '참 나쁜 대통령'이라던 박근혜, 최순실 덮으려는 의도" 분권 2016.10.24 116
1553 잊혀지는 영상 노무현 돌발영상 진보적시민민주주의 2016.10.30 116
1552 노무현 "보따리 장수" vs 손학규 "무능한 진보의 대표" 무능한진보라새로운정치라 2016.11.01 116
1551 [단독] 황교안,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 했다 2 언덕 2016.12.16 116
1550 성경 교사가 필요합니다 들꽃 2020.10.01 116
1549 신본 대 인본이라는 가짜 대립구조 곽건용 목사 설교 03 김원일 2021.02.16 116
1548 Beautiful Chinese music Instrument Endlesslove 10 different songs 눈뜬장님 2016.10.15 117
1547 <육식>하고 싶으면 <금식기도>해서라도 끊으세요 예언 2016.10.24 117
1546 NASA의 화성 탐사, 사실인가? 조작인가? 눈뜬장님 2016.10.25 117
1545 '수사대상' 청와대가 법치 무력화...... canon 2016.10.29 117
1544 NYT “박 대통령은 한국 여권 신장에 방해되는 인물” 산소호흡기 2016.11.22 117
1543 서북미 연합여성선교회 자선음악예배 여성 선교회 2016.10.06 118
1542 인생이란 거울 2017.05.05 1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