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 십자가'

by 전용근 posted Oct 15, 2016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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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년전 이였다.

아직도 공산당 공포가 살벌한 중국방문중에

연길에 도착하여  계흭한 일정을 마치고

일행을 설득하여 용정으로 향했다.

윤동주의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곳 

풋총각 틴에이져 시절을 지냈던 고을

용정시청에 들러 윤동주의 묘가 있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마침 윤동주의 6촌이 된다는 중년의 안내를 받아 

차를 타고 시골 밭자락 사이를 지나서 

나즈막한 산 언저리에 내렸다.

늦은 가을 찬 기운이 따스한 햇살과 맏닿는 청명한 가을 날

윤동주의 묘는 어느 누구도 돌보움이 없는 '나그네의 몫' 이였다.

유일한 표지는 남한의 문인들이 마련하여 세운 추모비 만이

그 시절 그의 흔적을 과거로 돌아 보게 하였다.

 

기독교인 이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유랑민 철새족으로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고 그 곳에서 중학교를

연희전문 문과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릿교대학 

영문과에 입학하고 학업 도중에 항일운동의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형무소 복역중에 사망한다.

유해는 그의 고향인 용정에 묻혔다.

28세에 젊은 나이에 타계하고 말았으니 그의 생은

인생과 조국의 아픔에 고뇌하는 심오한 시인이였다.

해란강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 윤동주의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본다.

 

곱고 귀여운 얼굴과 해맑은 웃음 

그러나 고뇌를 품은 이슬진 슬픈 눈동자 

그리움에 언쳐진 가냘픈 어깨 

포얀 피부의 한족 계집 아이들의 장난질을 

몰래 보는 사춘기의 호기심 

그리고 해지는 저녁놀에는 지그시  눈 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찾는다.

 

얼마전에 새로 발간된 그의 시집에서 

우연히 '십자가' 란 제목이 눈에 띈다.

'민족적 수난기에서 자기 희생 의지를 노래한 

순교자적 의식'을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윤동주의 ' 십자가'는 

종교적인 차원을 넘는  삶의 지표로 삼아  

자아의 방황하는 모습과 절망적 상황으로 부터 

자기 희생을 통한 당면한 현실을 도피 하려는 

상징적 예표로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 시의 전개된 내용을 보면 

종소리 없는 교회의 종탑

그 위에 서 있는 십자가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한 구원

그의 피흘림으로 밝히고자한 숭고한 행복 

그 피에서 꽃을 피우는 십자가의 절묘함에

그는 자신을 던지고 피흘림에 동참 하고자 한다.

수난자의 '꽃처럼'

 

 

 

십자가(十字架)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떤 사나이
행복한 예수 ·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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