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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06:22

제비뽑기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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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통령이, 라면

 


뺑뺑이를 돌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큰일은 절대 하지 않으리.
지구가 한 번만 몸부림치면 속절없이 무너져 깔릴 바벨탑 같은 건 쌓지도 않으리.
100층짜리 건물을 올린다거나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든다거나
강을 산으로 옮긴다거나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조차 쌓지 않으리.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정든 추억 같은 건 함부로 허물지 않고
억조창생 이어온 목숨들 억울하게 쫓아내지 않으리라.
물길을 물길대로 산길을 산길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천하태평 헐렁한 대통령이 되리라.
그렇다고 연봉이 억대인데 내가 출근을 안 하면 되나요?
(관저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던데 ... 집무실에 나오기가 그렇게 어렵답니까?)

내가 대통령이, 라면, 부수고 헐고 쌓느라 강가에 모래알만큼 많은 돈,
일자리 찾아 헤매느라 발 부르튼 자들에게 나눠주리.
환자와 아이들은 결단코 지하셋방에 살게 하지 않으리.
등치고 속이고 빼앗아 피라미드처럼 쌓인 눈먼 돈,
국고로 환수하여 만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리.
아이나 노인이나 부자나 가난뱅이나 묵숨줄은 하나!
하나의 위, 하나의 심장에 똑같은 생존권을!

제비뽑기를 해서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목을 세운 제복 대신 헐렁한 츄리닝 입고 아이들과 뒹굴리라.
들로 밭으로 함께 쏘다니다, 가만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게.
이슬 한 방울 바람이 흔드는 쑥잎 하나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리라.
쑥부쟁이 개미가 되고 흙이 되고 하늘이 되고 야생 고양이 되어

바람의 영혼으로 흔들리게 하리라.
억 소리 나는 말 대신, 공짜인 두 발로 세상을 뛰어다니게 하리.
이 산 저 산 쏘다니며 천 그루 만 그루 나무를 심고,
이 들 저 들 달리며 백만 송이 꽃을 피우면, 비산비야방초 우거진 땅도 거저 빌려주리.
(대통령도 사람이라던데 ... 사람을 만나기가 그렇게 어려웠습니까?)

내가 대통령이, 라면, 지천으로 돋아 음식이 되고 보약이 되는

개망초 명아주 마타리 하늘타리 소리쟁이 박주가리
닭의장풀 저마다 좋아하는 백 가지 나무와 풀 약효까지 익히면 과학 점수는 후히 주리.
꽃 풀 구름 바람 몇 개 엮어 시랍시고 끄적거리면 국어도 아주 조금 올려주라 하리.
폐가에 짚 이겨 흙 바르고 뚫린 데 막으면 기술 점수도 올려주고,
재고 자르고 이어 붙이느라 기하와 도형도 좀 했으니, 미적분 아리까리해도 수학도 덤으로 올려주리라.

복권 추첨하듯 화살을 쏘아 혹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잔머리 같은 건 도통 굴리지 않으리.
제법 배웠다는 것들이 나라를 이 지경 만들었으니,
배는 부르고 심장은 부지런하고 팔다리는 튼튼하게 하리.
꽤나 가졌다는 것들이 이 모양 만들었으니, 지금이라도 거꾸로 가보자고,
건드리지 말고 그냥 놔두게 하자고.
작은 것을 쪼갠다거나 큰 것을 합친다거나 떨어져 있는 핵을 융합한다거나
붙어 있는 원자를 쪼갠다거나

수정란 도려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구역질나는 짓은 시키지 않고,
복제한 영생불멸의 꿈 같은 건 아예 꿈꾸지 않으리라.
있는 대로 내버려 두리. 스스로 제 길 만들며 수억 년 흘러온 물처럼,
저마다 제 생긴 대로 꽃피우게 하리.
(내 얼굴, 내 강산인데 ... 있는 그대로 두고 보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까?)

                       

                                              김혜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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