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죄, 교회 다니는 죄, 안식일 지키는 죄

by 아기자기 posted Oct 18, 2017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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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장하신 어머니

눈도 귀도 어두워져 홀로 사는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신다

 

나는 한평생을 기도로 살아왔느니라

낯선 서울땅에 올라와 노점상으로 쫓기고

여자 몸으로 공사판을 뛰어다니면서도

남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음에

늘 감사하며 기도했느니라

 

아비도 없이 가난 속에 연좌제에 묶인 내 새끼들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경우 바르게 자라나서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로 하느님께 바치고

너희 내외는 민주 운동가로 나라에 바치고

나는 감사기도를 바치며 살아왔느니라

 

내 나이 팔십이 넘으니 오늘에야

내 숨은 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온

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나를 많이 봐주고

공사판 십장들이 몸 약한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파출부 일자리도 나는 끊이지 않았느니라

나는 어리석게도 그것에 감사만 하면서

긴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구나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 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딸들은

정권 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묵주를 손에 쥐고 흐느끼신다

 

감사한 죄

감사한 죄

아아 감사한 죄 

 

<감사한 죄>  박노해

 

 

 

 

 

감사한 죄, 교회 다니는 죄, 안식일 지키는 죄

 

 

자녀가 유명 대학은 커녕 돈 못버는 전공이라 누가 물어 볼까 좌불안석

교회나와서도 기죽어서 눈치만 살피는 집사님 듣는 줄 알며서,

내 아이 '사'자 되는 돈 잘 버는 과, 좋은 대학에 붙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한 것 없고 다 하나님의 은혜라며

감사 간증과 감사 헌금한 죄

 

얼마 전에 사고로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집사님 옆에 두고

하나님은 내가 아직 더 쓸모가 있어서 죽을 병에서 살려주셨다고

감사 간증하고 감사 헌금한 죄

 

안식일에 일 나가면서 가끔 교회 오면 죄인 취급받는 김선생님 앞에 두고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안식일에 평생 한번도 교회에 빠진일 없었노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외치며 감사 간증하고 감사 헌금하고 안식일을 지킨 죄

 

동남 아시아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수 천, 수 만이 죽었을 때

하나님이 타락한 죄인들 징벌하셨다고 설교하고,  

이제는 아는 교인들 많이 사는 북가주에 일어난 지진과 대화제에는

우리 하나님은 그래도 우리 교인들만은 다 보호해 주시라며

감사 기도하는 교회에 아직도 다니는 죄

 

감사한 죄 

아, 감사 간증한 죄

아 아, 감사 헌금한 죄

아 아 아, 안식일 지킨 죄

아 아 아 아, 교회에 다니는 죄

 

 

* 감사하지 말고 안식일에 교회에 다니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기 전에,

안식일에 교회에 가기 전에, 

그 보다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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