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방아간

by 소나무 posted Dec 19, 2017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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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청하러 가기 전에 꼭 한 번씩 들르는 방앗간이 고요한 침묵으로 일관한 지 몇 날 며칠

내려앉아 쉴만한 가지가 없어서 일찍이 꿈나라로 향하곤 했는데

이러길 어언 달포가 지나가니 아예 제 습관도 잊은채

참새가 방앗간을 며칠 훌쩍 지나갔었지

아! 오늘도 없겠지"  하고 내려보니

세 가지가 새로이 놓여있어

반가움에

동짓달 긴 밤을 달래 드릴 겸

어느 님의 푸념을 내려놓고 갑니다

 

 

 

 

아궁이 군불때기

 

 

 

 

이사 오자마자 삼십육만원에 두 드럼이나 채운 기릉 보일러가 바닥을 보여 새로 넣고, 사랑채에도 한 드럼 넣고 보니 올 여름 이사 와서 벌써 기름값만 90만원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시골집은 춥다. 시내가 영하10도라니 여그는 한 13도쯤 돼서..
어제는 막아둔 아궁이를 깨끗이 치우고 장작을 땠다.
본 채에는 강판을 덮은 탓인지 온 집구적에 허연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불내가 너무 나서 불때기를 포기했지만, 자글자글 등을 지지는 그 맛은
쉬 잊혀지지 않는 안마사의 올끈볼끈 아프지만 시원한 손맛 같아서

작은 채 아궁이로 옮겨 불은 피우니 불김이 잘 든다.
아궁이 앞에서 부지깽이 하나를 집어들고 솔갈비로 먼저 불을 일바시고, 삭정이 나무로 불쏘시개로 삼고 한침 후 장작을 집어 넣으니 뱀의 혓바닥처럼 날릉거리는 불기운이 구들장으로 빨려들어간다.불깡이 세다. 어느 정도 됐다 싶은 즈음엔 석쇠에 생물 고등어 한 마리와 도루묵 너댓 마리를 구우니 산이 늠이 거의 정신줄을 놓고 달라고 설쳐서 절반은 뺏기고, 알미늄호일에 싼 고구마 여섯 개를 우리 몫으로 먹다가 그늠을 쪼개주니 그 또한 불감청고소원 사료의 맛을 잊어버린지 오래라는 양 아주 사람 행세를 하고 꼬랑지를 흔든다.

제법 많은 장작을 밀어넣었는데도 종체 뜨뜻해지지 않는 방이 야속시럽지만 열 시쯤에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는데 뭉근한 불기운이 그제사 일어 발뒤꿈치부터 서서히 달아올라 뜨겁게 굽혀 노린내가 나는 이늠의 발을 도데체 어찌해얄지 몰라 꼬무자꼬무작 발가락으로 이불을 발 아래로 끌어댕겨 그 위로 발꿈치를 피신시켜도 자꾸만 뜨거워져 온다.

비숍 여사가 1890년에 조선을 여행하며 쓴 기행문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의 한 부분이 문득 생각힌다.

금강산 부근 어데쯤에 주막을 구해 하룻밤을 자는데 건너편 방에는 여남은 사내들의 고린내 나는 발들이 한데 엉켜 왁짜허게 시끄러운데 등허리는 타죽을 것처럼 뜨겁고 낯짝으론 찬바람 선득선득한 그 야릇한 난방 탓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더라는 그런 세밀한 묘사를 했고
또다른 건축가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친화적 난방법이라 일컫는
구들장의 그 독특하게 등을 지지는 따스함과 시원함은 숯불에 고기를 익히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될까?

보일러나 전기 매트가 겉을 따뜻이 해주는 난방이라면, 온돌의 구들장은 속까지 그 뜨거움을 전해주어 어른들이 열탕에 들어 "어 시원타."는 그런 느낌으로 경소단박하지 않고 중후장대한 무게감으로 디가오는 따뜻함이다. 물론 애 스키들은 그러면 그러지,
"A, 열여덟! 세상에 믿을 늠 하나또 음네.. "

사방 벽과 문에서 스며드는 겨울바람의 차가움과 아랫목의 따뜻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건강에 좋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엔 어제의 불김이 다하지 않고 남았으련 해서 절반만 땠더니, 신통찮은 열기라고 겨이 장작 두어 짝을 더 넣어때라는 어명에
새로이 솔갈비ㅡ 벚나무 가지ㅡ 참나무 등걸 두 개 순으로 불을 지피고 나니 뒤늦게 뎁혀진 방공기에 어부님께서는 고이 주무시고 엊저녁과 같은 화마에 시달리는 나는,
잠든 이녘을 째려보며 궁시렁거리며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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